벼루장은 벼루를 만드는 기술 또는 그 기능을 가진 장인을 말한다.
유길훈(1949년생)은 1967년 3월, 충북 진천 상산벼루 제작의 대가 故김인수 문하에 입문하여 현재까지 줄곧 벼루제작에만 종사하고 있다. 그는 벼루의 재료인 자석(紫石 :붉은 돌)이 나는 청주의 두타산 자락에서 작업을 하다 1993년에 더 나은 벼룻돌을 찾아 경주로 내려왔고, 2001년에는 언양읍 반구대 일대에서 최상의 벼룻돌을 발견, 현재의 작업장에 정착하여 15년째 벼루를 제작하고 있다.
언양 벼룻돌은 색이 쑥색[綠色]과 검붉은색[紫色]의 두 종류로 벼룻돌로 많이 사용되는 오석(烏石)인 흑요암(obsidian)보다는 강도가 높고, 보령 벼루 중에서 최상으로 치는 백운상석(白雲上石)과 견줄 수 있는 정도로 상질이다. 이는 중국의 단계석(端溪石)과 비견되는데 홍단계(紅端溪)보다는 조금 연하고 녹단계(綠端溪)보다는 강한 편이다. 돌의 입자가 고와 먹물이 탁하지 않고, 갈아 놓은 먹물은 돌에 스며들지 않으며 써 놓은 글씨에 윤기가 난다고 한다. 흔히 단계석으로 만든 벼루[단계연]는 입김으로도 먹을 갈 수 있다고 하는데 언양 벼룻돌로도 이것이 가능하다.
벼루의 제작 도구에는 망치, 정, 그므개(罫引, Making Gauge), 모탕, 톱, 밀대, 조각도, 연마석, 사포, 옻진 등이 있다. 벼루제작은 원석채취→원석재단→상사긋기→밑그림그리기→조각하기→봉망세우기→광택내기의 단계로 진행되는데 유길훈은 故김인수의 제자시절부터 사용하던 전통도구를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, 현재에도 원석 채취 후의 벼루다듬기부터 마무리까지의 전 과정에서 전통도구를 사용하고 있다.
유길훈의 벼루는 진천 상산벼루의 전통을 잘 계승하고 있는데 연면(硯面 : 먹을 가는 부분)은 약간 깊게 파서 먹을 갈다가 멈추면 먹물이 가운데로 몰리도록 하였으며, 가급적 연지(硯池 : 물 담는 곳)에는 조각이나 문양을 넣지 않았다. 그것은 이곳에 문양을 넣을 경우 조각이나 문양 사이에 먹 찌꺼기가 끼기 때문이다. 또한 연면도 가급적 각을 세우지 않고 원이나 곡선의 형태를 띠는데 이것 역시 모서리에 먹 찌꺼기가 끼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. 또 벼루의 전은 대나무를 반으로 쪼갠 모양으로 하여 먹물이 밖으로 넘치지 않고 안으로 흘러들 수 있도록 하였다.
유길훈 벼루의 대표적인 문양은 용, 봉황, 매·란·국·죽, 십장생, 포도, 도화, 일월연, 산수연 등으로 다양하며 울산이나 반구대와 연관된 문양도 제작하고 있다. 벼루의 크기는 주로 40cm~60cm 정도로 큰 편이며, 사실적이며 입체적인 큰 문양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. 또 자석(紫石)</span>을 사용하는 충청북도 단양군의 단양벼루의 문양이 부조적인 성격이 강하여 장식미만을 강조한 데 비하여, 유길훈의 벼루는 뚜껑이 있기도 하며 뚜껑 문양을 입체 양각으로 제작함으로써 손잡이로서의 실용성과 장식미를 동시에 표출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예술적 가치가 크다